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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수학 이야기

수학에서 불화의 사과 '사이클로이드 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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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로이드(cycloid)는 바퀴(wheel)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kuklos)에서 유래했으며, 직선 위에서 회전하는 바퀴에 놓인 한 점이 그리는 곡선을 말한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이란 이름을 처음 붙인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로 곡선의 아랫부분의 넓이가 생성원의 넓이의 3배가 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냈다고 한다.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은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는데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매료되어 두통을 잊고 이 곡선의 연구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호이겐스(Christiaan Huygens, 1629~1695)는 진자의 궤도가 호가 아닌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따라 움직이면 진자의 궤도가 등시곡선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진자시계를 만들었다.

스위스의 수학자이면서 베르누이 형제로 잘 알려진 야곱 베르누이(Jakob Bernoulli, 1654~1705)와 요한 베르누이(Johann Bernoulli, 1667~1748)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최단강하곡선이라는 성질을 밝혀냈다.

특히, 요한 베르누이는 1689년 자신의 스승인 라이프니츠와 미적분 문제로 적대관계였던 뉴턴을 시험하고자 하였다. 뉴턴에게만 문제를 제시하는 게 명분이 없어 당시 유명한 수학자들에게 똑같은 문제를 우편으로 보냈다. 자신이 연구한 사이클로이드 곡선 문제 즉, 최단 강하 곡선 문제로, 높이가 다른 임의의 두 점 사이를 물체가 내려올 때 걸리는 시간이 최소가 되는 곡선을 구하는 문제였는데 정답을 보내온 사람은 라이프니츠, 야곱 베르누이, 로피탈, 그리고 익명으로 보낸 뉴턴이었다.
뉴턴은 성가시다며 12시간 만에 문제를 풀이하고 익명으로 풀이를 보낸다.

요한 베르누이는 그 풀이를 보고 ‘발톱만 보아도 그가 사자임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아직도 사이클로이드 곡선과 관련된 일화 중 많이 언급되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베르누이 형제는 라이프니츠의 제자로 라이프니츠의 충견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고, 로피탈 역시 요한 베르누이의 제자인걸 감안하면 뉴턴이 느꼈을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베르누이 가문은 네덜란드에서 스페인의 개신교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피신해왔다. 17~8세기 3대에 거쳐 유명한 수학자 8명을 배출하였고, 그중 야곱 베르누이, 요한 베르누이, 다니엘 베르누이는 수학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이 가문의 자손들은 현재까지도 수학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고 한다. 다윈의 진화론이 대두되고 유전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이 천재적인 가문을 당시 생물학자들은 앞다투어 유전자를 조사하고 연구하였다고 한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수학에서 불화의 사과, 또는 기하학의 헬렌(Helen of geometry)로 불린다.
야곱 베르누이가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성질에 관하여 오랫동안 연구하였는데 동생인 요한 베르누이가 이를 표절하여 먼저 발표한다. 심지어 요한은 야곱에게 나는 몇 개월 만에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성질을 알아냈다며 일 년을 넘게 연구한 형을 놀리기까지 한다. 형인 야곱은 노발대발하며 의절하고 평생 원수처럼 지내게 되는데 그 노여움이 얼마나 컸는지 동생 요한이 일자리가 없어 교수직을 얻으려고 할 때마다 형 야곱의 방해로 교수직을 얻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요한은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프랑스 수학자였던 로피탈 후작(Guillaume de l'Hôpital)이 요한 베르누이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조건으로 어떤 의문이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간을 내줄 것과 새롭게 발견한 사실에 대하여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자신에게만 알려줄 걸 요구하였다. 궁핍하였던 요한 베르누이는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인다. 이 무렵 요한 베르누이는 로피탈 정리를 발견하였고 약속한 대로 이 내용을 로피탈에게만 알렸다. 1694년 로피탈은 그의 저서 <곡선을 이해하기 위한 무한소 해석>에서 로피탈 정리를 소개하여 지금까지 로피탈 정리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로피탈이 정리를 발표한 사실을 알고 요한 베르누이는 몹시 분노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어서인지 훗날 자신의 아들 다니엘 베르누이에게 사업할 것을 권하기도 하였다.

요한 베르누이에게 야곱 베르누이는 자신에게 수학을 가르친 스승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사이클로이드 곡선의 성질로 인해 당대 수학계의 두 거장이 다투게 되고 이로 인해 평생 원수처럼 지내게 되어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수학에서 불화의 사과라고 불리게 되었다.

기하학의 헬렌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 곡선의 매력에 많은 수학자가 현혹되어 그리스의 최고의 미녀이자 트로이 전쟁으로 불화의 원인이 된 헬렌의 이름을 따 기하학이 헬렌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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