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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중고등학교 수학

전쟁과 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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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는 소수의 사람이 다루고 일반인들은 접할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 너무나 깊이 파고들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인터넷의 각종 포털사이트에 로그인할 때 패스워드를 입력해야 한다. 거의 날마다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카드, 스마트폰에도 암호장치가 설정되어 있다. 집에 들어갈 때도 현관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간다. 이러한 암호체계가 무너진다면 상상할 수 없는 대혼란이 올 것이다.
암호는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도록 글자, 숫자, 부호, 표식 등으로 변형시킨 것을 총망라하여 지칭한다. 인류 최초의 암호는 기원전 19세기 무렵 고대 이집트 비석에 그려진 ‘히에로글리프’로 알려져 있다. 신성문자(神聖文字, Hieroglyph)라고도 하는데 돌이나 나무에 새긴 문자이다. 주로 왕의 업적, 신(神), 사후 세계에 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에서도 암호가 사용되는데 최초로 전쟁에 암호를 사용한 국가는 그리스의 스파르타이다. 암호 해독자는 같은 두께의 원통형 나무막대를 갖고 다니며 전달된 암호를 원통형 나무막대에 암호가 적힌 양피지를 감아 읽는 형태인데 같은 두께의 나무막대에 감았을 때 그 내용을 알아볼 수 있고 나무막대의 두께가 다르거나 양피지를 펼쳤을 때는 그 내용을 알기가 어렵다고 한다. 
로마의 황제였던 시저도 암호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한데 알파벳을 함수화 시킨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많은 군주와 교황들이 암호를 담당하는 부서를 두고 있었다.
이러한 암호는 조금씩 변형되면서 발전하다가 20세기 들어서면서 암호에 수학이 사용되고 무선통신의 발명으로 전과는 다른 새로운 상황이 되었다. 전쟁에서 전파를 이용하는 적군의 암호문을 얼마든지 수신할 수 있게 되었다. 수신된 많은 양의 암호문을 바로 해독하는 것이 필요해졌고 일차세계대전과 이차세계대전에서 각국은 앞다퉈 참모본부 안에 암호해독 부서를 설치하게 되었다. 
특히 이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암호학이 급격하게 발전한다.
이차세계대전 초에 독일은 암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고 예전 수준을 유지하였는데 독일 암호표가 유출된 것을 모르고 전투를 하다가 작전이 노출되어 막대한 전력 손실을 입게 된다. 이때부터 독일은 암호체계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세르비우스(Arthur Scherbius)가 발명한 에니그마(Enigma)라는 기계를 도입하여 높은 수준의 보안 기능을 추가하였다.
에니그마의 원리는 한 개의 회전판이 26개의 알파벳을 일대일대응 방식으로 암호를 만드는 데 여러 개의 회전판이 서로 다른 일대일대응을 하고 있어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경우의 수가 회전자 개수의 제곱으로 늘어나게 되어 많은 시간과 해독에 어려움을 겪는다.
더군다나 24시간마다 암호 체제를 바꾼다. 당시 암호 해독기술로는 해독이 불가능 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과정을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이미테이션 게임(Imitation game)>이다. 암호를 해독하여 이차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삶을 나타낸 영화이다.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는 약한 군사력을 보완하기 위해 암호학을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일차세계대전과 이차세계대전 초만 해도 독일의 암호를 어려움 없이 해독하였다. 이차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에니그마의 보안 수준을 높이면서 암호해독이 어려워졌다. 더군다나 독일은 에니그마의 회전판의 수를 늘리고 보안 수준을 계속해서 업 그레이드 시켰다. 폴란드는 팀을 꾸려 암호해독을 위한 암호해독기 봄비(Bomby)를 개발한다. 하지만 개발에 드는 비용과 기술에 한계를 느껴 결국 프랑스와 영국과 자료를 공유하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영국은 십 년 이상 앞선 폴란드의 암호 해독기술에 충격을 받고 비밀리에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사이 위치한 블레츨리 파크의 한 시골에 암호해독을 위한 연구소를 설립한다. 뛰어난 수학자와 정보요원, 공학자들을 중심으로 연구진을 꾸린다. 이 가운데에는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침내 새로 설립된 연구진은 폴란드에서 만든 봄비(Bomby)의 이름을 따서 봄브(Bombe)라는 암호해독기를 개발하고 독일 공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시작하였다. 연구진은 독일에서 최고 높은 수준의 보안을 적용하고 있던 독일 해군의 암호도 해독이 가능해졌다. 에니그마와 관련된 기밀문서를 습득하고, 독일군이 사용하는 에니그마를 탈취하고 암호 코드북을 얻게 되면서 얻은 결과이다. 암호가 해독되면서 연합군은 쉽게 각종 전투에서 쉽게 승리로 이끌었다. 독일이 자신들의 암호가 해독되었다는 걸 모르도록 하는 위해 적당한 수준의 승리를 유지해야 했다.
독일은 에니그마에 대한 확신이 너무 커서 암호가 해독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영국은 암호해독이 가능해지면서 모든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엄청난 수의 봄브를 만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독일은 1941년 히틀러와 최고 사령부 간의 무선통신을 위하여 에니그마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암호 기계 로렌츠 사이퍼를 개발하였다.
영국의 연구진은 미국의 협조로 로렌츠 사이퍼를 해독하기 위해 1943년 컴퓨터 콜로서스(Colossus computer)를 개발하게 된다. 콜로서스는 처음으로 전기를 사용하였고 계산기 수준을 넘어 최초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전자 디지털 컴퓨터였다.
콜로서스가 개발되면서 독일의 무선통신 내용을 해독하여 수많은 고급 군사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에 독일군의 병력이동, 지휘관, 물자공급, 작전에 대한 사진정보까지 확보한 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감행하여 연합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이끌었다. 
이차세계대전의 향방을 가르게 된 독일 해군과 영국 해군, 미국 해군 연합군의 전투인 대서양전투(1939~1943)에서 에니그마를 해독하면서 독일 U-보트의 위치를 파악하여 궤멸시키는데 암호해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독일 해군을 무력화시켰다. 
또, 일본은 야마모토 장군의 비행 일정을 낮은 보안 수준의 암호로 본국에 타전하여 미국이 필리핀 상공에서 야마모토 장군이 탄 비행기를 격추하도록 하였다. 처음 미국에선 작전상 암호를 유출한 허위 정보일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격추된 후 암호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알력으로 인해 야마모토 장군을 살해할 의도로 암호를 이용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차세계대전 중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사막의 여우라 불리는 독일의 영웅 롬멜 장군에게 밀리던 상황에서 1942년 아프리카 북부 엘 알라메인에서 독일군의 전차부대와 연합군의 전차부대와의 전투가 벌어지는데 이차세계대전 중 최대의 전차부대가 맞붙은 전투로 아프리카 전선의 향방을 판가름 지을 중요한 전투였다. 
엘 알라메인 전투 중 연합군은 롬멜이 이끄는 전차부대가 심각한 보급 문제에 처해있다는 암호를 해독하여 어려움에 처한 롬멜 장군을 돕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오던 이탈리아와 독일군을 미리 차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전투에서 연합군은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이 롬멜의 전차부대에 승리한다. 히틀러는 국민의 영웅 롬멜이 더 이상 패전하지 않도록 본국으로 불러들였고 이후 아프리카 전선은 미국의 장군으로 싸움닭이라고 불리는 악바리 조지 S. 패튼 장군이 아프리카 전선에 투입되면서 패튼의 전차부대가 맹활약하여 독일군은 사실상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전투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1942년 알 알라메인 전투를 비롯하여 태평양에서의 미드웨이 해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의 승리는 이차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우위를 점하게 되는 중요한 전투였다.
이차세계대전에서 지상전의 핵심이었던 전차부대의 두 영웅 패튼과 롬멜은 아쉽게도 마주치지는 못하였다. 전쟁 후 패튼은 롬멜과 대결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패튼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독일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였지만 영국에서 패튼의 부대가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속임수다고 독일이 결론 내렸을 정도였다.
에니그마의 해독은 이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쟁을 최소 3년 이상 빠르게 종결시켰고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레츨리 파크의 정부 암호 연구소는 1970년대 중반까지 국가기밀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앨런 튜링을 비롯한 연구진은 모든 활동이 비밀리에 부쳐졌기 때문에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주역임에도 그 공로와 업적을 인정받지 못했다. 또, 이로 인해 콜로서스 컴퓨터 존재가 알려지지 않아 한때 애니악(Eniac)이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졌었으나 콜로서스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콜로서스가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인정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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